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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그림 Text to Image>

누크갤러리

스트라빈스키는 자신의 기법을 설명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런 식으로 대답했어요. 뭐라고 더듬더듬 말하려 애쓰다가 결국 이렇게 말했지요. “내 코가 그냥 이렇게 있죠, 그처럼 내 기법도 그냥 있는 겁니다”

---음악가의 음악가 나디아 불랑제, 브뤼노 몽생종 지음, 임희근 옮김, PHONO

 소리로 말하는 사람들처럼, 이미지로 말하는 사람들은 대개 그들의 작업을 얘기하는 데 서툴거나 두려움을 갖고 있다. 젊을수록 그 현상은 심해지는데, 그건 작업이 한창 진화의 과정 한가운데 있어 무어라 규정할 만큼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일 게다. 여기 7인의 젊은 미술가가 있다. 입을 꼭 다문 채 작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때로는 찌푸리고 때로는 미소 짓는 그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무엇이 그들을 웃음 짓게 만드는가. 그 순간에 작업의 비밀이 있다. 그 비밀을 밝혀보고자 어렵사리 캐물은 그들의 ‘말말말’을 정리해본다.

홍승혜, 전시서문 중에서



전시 안내


전시 제목: 말과 그림 Text to Image

전시기간: 2023 년 10월 6일 – 11월 4일

전시기획: 홍승혜

참여작가: 구재회, 김민기, 박영진, 서혜연, 최주원, 키시앤바질(조나경,최서희)

전시 장소: 누크갤러리 서울시 종로구 평창 34 길 8-3

관람시간: 화~토: 11:00am~6:00pm 공휴일: 1:00pm~6:00pm *일, 월: 휴관

전시 문의: 02-732-7241 nookgallery1@gmail.com





전시 취지


말과 그림

Text to Image

 

홍승혜

 

 

스트라빈스키는 자신의 기법을 설명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런 식으로 대답했어요. 뭐라고 더듬더듬 말하려 애쓰다가 결국 이렇게 말했지요. “내 코가 그냥 이렇게 있죠, 그처럼 내 기법도 그냥 있는 겁니다”

음악가의 음악가 나디아 불랑제, 브뤼노 몽생종 지음, 임희근 옮김, PHONO

 

소리로 말하는 사람들처럼, 이미지로 말하는 사람들은 대개 그들의 작업을 얘기하는 데 서툴 거나 두려움을 갖고 있다. 젊을수록 그 현상은 심해지는데, 그건 작업이 한창 진화의 과정 한가운데 있어 무어라 규정할 만큼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일 게다. 여기 7인의 젊은 미술가가 있다. 입을 꼭 다문 채 작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때로는 찌푸리고 때로는 미소 짓는 그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무엇이 그들을 웃음 짓게 만드는가. 그 순간에 작업의 비밀이 있다. 그 비밀을 밝혀보고자 어렵사리 캐물은 그들의 ‘말말말’을 정리해본다.

 

“오늘 여기 왜인지 모르지만 여튼 여러 조각이 모였네요 무슨 일인가요”

학부에서 건축을 전공한 조각가답게 구재회의 작업은 다분히 건축적/구축적이다. 믹스앤픽스(Mix n Fix)란 그룹을 통해 기획 및 공동작업도 여러 번 진행한 그는 뭔가를 담아내는 프레임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인지 그의 입체 작업들은 대체로 인간과 인간, 또는 인간과 환경의 관계를 참조한다.

 

“차라리 강가의 돌멩이가 되고 싶다”

폐자재나 쓰고 남은 자투리들에 생산적 가치를 부여하는 김민기의 작업은 주류가 난무하는 세상에 던지는 약자들에 대한 응원의 메시지라 할 수 있다. 거푸집을 결속하기 위해 사용된 철사가 결속 해제 후 원형에 복귀하지 못하는, 그러나 있는 그대로, 가련하게 아름다운 선형 조각들이다. 한편, 그림도 그리는 조각가답게 물감으로 덮인 입체작업에서는 그의 회화적 로망을 엿볼 수 있다.

 

“전 귀찮은 건 딱 질색입니다. 그래서 이 건물을 없애기로 했습니다. 건물이 있던 자리는 반듯하게 남아 깊이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전 땅을 정비했고, 존재 자체로 즐거운 거대한 풀장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유년 시절부터 심즈(Sims)라는 디지털 집짓기 게임을 즐겼던 박영진은 이후 스케치업으로 놀이 공간을 옮겼고, 그 안에서 시점과 스케일의 신속한 변화에 매료됐다. 손쉽게 집을 지었다 허물 수 있는 가상세계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가 어느 순간 거푸집과 같은 매스가 추출된 자리에 주목한 그는, 이제 그 네거티브 공간을 물질화하고 있다.

 

“발가락을 뚝 잘라놓은 채 나머지 몸이 허공으로 멀어진다면, 우리는 땅을 딛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멀어지는 몸인가, 남겨진 발끝인가”

미디어 작업도 병행하고 있는 서혜연은 조각과 디지털 미디어 환경 사이를 오가며 가상과 실재가 뒤섞이는 경험을 하게 된다. 끊임없이 분열해도 살아 있는 아메바처럼 서혜연이 만드는 기이한 신체의 파편들은 공간 속에서 꿈틀거린다. 다분히 피학적인 그의 작업 세계는 파편화된 생명체를 통해 ‘없다’는 감각과 ‘남아 있다’는 감각이 동시에 느껴지는 미스테리를 탐구한다.

 

“아직도 머리론 잘 모르겠고, 손으로는 이렇게 나오네요”

머리의 일과 손의 일을 구분하는 최주원의 작업 동력은 망상이다. 망상은 논리적으로 설명될 수 없기에 그는 난센스가 갖는 밑도 끝도 없는 감각적 측면에 의존한다. 밑도 끝도 없는 공간은 무한한 자유의 공간이고, 그렇게 농담처럼 탄생한 그의 장난기 가득한 조각 작품들은 그래서 유쾌하고, 보기만 해도 미소 짓게 된다.

 

“눈이 내린 것도 아닌데 눈이 내린 것 같은 날씨였다. 어렵게 뱉어 냈던 말들이 무너졌다”

키시앤바질(KISIandBASIL)은 조나경, 최서희의 2인조 콜렉티브이다. 2022년 여름 첫 공동전시를 통해 속마음을 털어 놓는 각별한 친구가 된 그들은 이후, ‘타인에게 감추고 싶은 개인의 서사를 내밀하지만 소중하게 다룰 수 있는 방법’을 공동 작업을 통해 찾아가게 된다. 다양한 심미적 방식을 통해 텍스트를 은폐한 일련의 작품들은 내밀한 그들 자신의 초상화에 다름 아니다.

 

이렇게 7인 미술가의 작업 세계를 열심히 서술하긴 했으나 여전히 말은 말, 그림은 그림으로 존재하고 있다. 이제 읽어 보았으니 다시금 바라보자. 어디를 바라볼지는 우리의 자유다. “오늘 여기 왜인지 모르지만 여튼 여러 조각이 모였네요 무슨 일인가요” 또다시 구재회의 언표를 떠올린다. 이 전시에 대한 설명을 대신할 수 있을 것 같아서이다. 그들이 여기에 모인 이유는 단지, 처음 보는 순간부터 그들의 작업이 내게 ‘그냥’ 말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선율의 감동, 음악적 감동의 느낌에 깊숙이 젖어 들면서도 음악에 관해서는 정말 아무것도 모를 수도 있습니다. 이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느낌을 존중하는 것, 뭘 좀 알아보겠다는 시도로 이 기쁨을 망치지 않는 일.

나디아 불랑제

                                                                                       

 


작가 소개

 

구재회

구재회는 2006년 충북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후 2015년 홍익대학교 조소과를, 2020년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전문사를 졸업했다. 건축이라는 분야가 갖는 실험적 한계를 조각을 통해 극복하고 있다. <능숙한 허우적거림, 2019, 갤러리175>에서는 입체 작업의 설치 방법을 실험했고, <방법으로서의 출판, 2020, 아트선재>에서는 전시를 디자인했으며, <폐기의 기술, 2021, 시청각랩>을 통해 작가가 생각하는 공간 디자인과 전시기획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2020년부터 ‘Mix & Fix’ 라는 조각가 그룹을 결성하고 협업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

 

김민기

김민기는 2012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했다. 이후 현재까지 작업과 노동 그 중간 지점에서 창작과 제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폐자재가 갖는 내용적, 형식적 가능성을 실험하며, 한편 회화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주요 전시로는 <Strip-City-Strife, 2018, 예술공간P, 부산>, <FURNITURE 권오상×김민기, 2019, 아라리오 뮤지엄인스페이스>, <개방평면, 개방경기, 인디아트홀 공, 2020>, <태화강 국제설치미술제, 태화강 국가정원, 울산, 2020> 등이 있다.

 

박영진

박영진은 2013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과를 졸업하고 2021년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상상 속 스케일과 물리적 실재의 간극에서 작업의 동기를 찾는다. 개인전 <Dark Necessities, 2016, VOSTOK>, <KANU Signature, 2018, 사간동 팝업갤러리>, <폼폼랜드FormFormLand, 2019, 가변크기>와 <Scoop Up, 2020, 중간지점>, <Pool/Tool, 2023, 3Q> 등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2021년부터 을지로에서 친구들과 함께 프로젝트 스페이스 3Q를 운영하고 있다.

 

서혜연

서혜연은 2017년 한성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2022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대학원 조형예술과를 수료했다. 현재 조각과 애니메이션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관념적 공간을 떠도는 불완전한 사물의 파편을 채집하고 이를 형상화한다. <Show and Tell: 다시 만날 때까지, 2021, 쇼앤텔>, <시리얼즈, 2021, 레인보우 큐브 갤러리>, <Woman’s Laptop-SUNDAY, 2022, 온라인 컨퍼런스>, <메타-리얼, 2022, 성수 볼록>, <스위트 홈, 2023, 청년예술청 그레이룸> 등의 단체전 및 개인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최주원

최주원은 2015년 홍익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하고 2023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대학원 조형예술과를 졸업했다. <능숙한 허우적거림, 2019, 갤러리175>에서는 회전초밥처럼 돌아다니는 조각을 원했고, <Pity Forty Party, 2019, 쇼앤텔>에서는 케이크 위를 걷고 싶었다. <최주원 소장품전, 2023, 온수공간>은 그동안 만든 모든 작품이 결국 개인 소장품이 되어 작업실에만 놓인 게 안타까워 많은 이들에게 보여주고자 했던 공익적인 전시였다. 2020년부터 조각 작업을 하는 동료들과 ‘Mix & Fix ’라는 그룹 활동을 하고 있다.

 

 

키시앤바질

키시앤바질(KISIandBASIL) 은 조나경, 최서희로 이루어진 2인 콜렉티브이다. 2018년 서울과기대 조형예술학과와 2013년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과를 각기 졸업하고 2023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대학원 조형예술과를 수료했다. 2022년 함께 2인전을 열며 의기투합, 8월 키시앤바질을 결성했다. 내면을 외부에 솔직하게 전달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공통점을 지닌 두 사람은 말과 글을 교환하고, 그 과정에서 얻은 서사를 공동 작업을 통해 입체, 설치 작업으로 구현한다.

 

전시 전경






작품 이미지

구재회, 미확인 보행 물체, 2023, plaster, stainless steel, 50×40×24cm


김민기, Composition #1, 2022, steel, 7×7×11cm

김민기, Composition #2, 2022, steel, 7×7×4cm



박영진, Yellow Mass #5, 2023, cement, resin, eva, 27×13×8cm

박영진, Yellow Mass #7, 2023, cement, resin, eva, 29×18×11.5cm

서혜연, 어깨뼈, 2023, jesmonite, volt, 9×26×11.5cm


최주원, 배달원이 고객님의 음식을 픽업했습니다, 2023, isopink, epoxy coating, non-woven fabric, sponge, 34×44×20cm

키시앤바질, She Said 1, 2023, paint and stencil on wood, resin, metal, 12.5×28×7.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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