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크갤러리는 11월 2일부터 11월 29일까지 《하나이면서 셋 Three in One》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인물과 풍경을 오가며 그리는 세 작가, 서용선, 이은새, 이재헌의 그림을 통해 만들어지는 또다른 하나의 세계를 펼쳐보고자 한다. 전시 제목인 ‘하나이면서 셋’은 인물이나 풍경을 소재로 삼는다는 점은 비슷하지만, 각기 다른 시선을 가진 세 작가의 작업 세계를 통해 보다 다층적으로 각 작가의 그림을 들여다 보려는 시도를 의미한다.
전시 안내
전시 제목: 하나이면서 셋 Three in One
전시기간: 2022 년 11월 2일 – 11월 29일
참여작가: 서용선, 이은새, 이재헌
전시기획: 맹지영(전시기획자), 누크갤러리
전시 장소: 누크갤러리 서울시 종로구 평창 34 길 8-3
관람시간: 화~토: 11:00am~6:00pm *일, 월: 휴관
전시 문의: 02-732-7241 / nookgallery1@gmail.com
전시 취지
하나이면서 셋
맹지영 (전시기획자)
잊혀진 과거 역사나 신화, 그리고 파편이 되어 피부에 각인된 목격했던 현실을 대면하면서 인문학적 태도로 그려온 서용선(b. 1951)과 형상과 풍경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며 시공간 너머 미지의 세계를 화면 안에서 탐구하는 이재헌(b. 1976), 그리고 일상에서 마주하는 현실과 상황에 대한 자신의 감정과 태도를 가감없이 화면에 담아 온 이은새(b.1987)의 작품은 마치 그림 안에서 붓으로 형상이 혹은 풍경이 그려지듯 전시 공간 안에 함께 놓인다. 이번 전시 《하나이면서 셋 Three in One》에서 서용선은 고구려의 첫 왕궁터라고 알려진 오녀산성을 포함해 도시와 인물이 담긴 풍경화 등 다수의 신작을, 이은새는 여성으로서 대면하는 현실과 상황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표현하는 드로잉과 회화를, 이재헌은 풍경 속 형상이 담긴 그림과 더불어 인물화 신작을 선보인다.
작가의 손이 그려내는 일상의 인물과 풍경은 1968년부터 현재에 이르는 50년 넘는 서용선의 시간이 중첩되어 일기에서 서사, 더 나아가 한국 역사의 기록과 신화를 넘나든다. 서용선은 자신을 둘러싼 공간에서 하나의 생명체로서 일련의 경험과 그에 덧붙여지는 시간의 레이어들을 개인의 시선에서 사회와 시대의 집단 기록으로서의 붓질로 남긴다. 축적된 시간이 쌓인 작가의 몸은 풍경을 구성하는 획 안에서 생동하는데, 인물이 없는 풍경에서도 보이지 않지만 마치 각각의 획 안에서 인물이 살아 숨쉬는 것처럼 보이도록 한다. 그리고 인물이 있는 그림에서는 풍경에서 주는 자유로운 대기감과는 달리 인간으로서 오랜 세월에 걸쳐 눌러 담은 고뇌를 조금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형상 안에 꼭 붙들어 놓는다. 마치 말뚝처럼 박혀버린 그림 속 인간은 정박된 것처럼 보이는 과거의 시간을 현재로 소환한다.
이재헌의 형상과 풍경은 그리고 지우기의 반복이다. 그 반복의 시간을 통해 작가는 화면 안팎을 오가며 보이지 않는 영역을 더듬어 나간다. 그의 붓질은 긴 사유의 과정이자 그 형상과 흔적을 좇아 그림의 본질에 다가가려는 끝없는 질문을 던진다. 풍경 안에 지워져 있지만 존재하는 형상, 인물의 초상에서 전경, 중경, 후경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지워진 얼굴은 또다른 시공간을 만든다. 그 미지의 공간은 인물의 초상에서는 얼굴과 그 주변부(머리나 옷), 형상을 포함한 풍경에서는 인물과 배경을 구분하듯 서로 밀어내고 당기면서 양쪽의 다른 세계를 동시에 화면에 담으면서 모호하고 모순된 긴장을 형성한다.
이은새는 그가 대면하는 현실에서 마주하는 경직된 상황들을 감각적인 붓질과 색채로 그려왔다. 그가 그린 대상은 자신과 비슷한 세대의 여성으로 사회 안에서 겪는 여러 상황을 자신의 그림을 통해 발언하는 동시에, 그렇게 화면에 담는 것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하며 그림 속 인물을, 자신을, 대면하고 있다. 작가의 고민의 크기 만큼 그림 안 인물과 그 표현은 이리저리 뒤엉켜 있는 듯 보이지만, 이은새는 혼란스러움과 고민의 주체를 솔직하게 드러내면서 자신의 질문과 태도에 대한 나름의 답을 찾아가고 있다.
그림 안팎에서 상충하는 고민들은 서용선의 그림 안에서는 지극히 일상적인 풍경으로 보여주는 것 같지만 작가가 거쳐온 삶의 시간만큼 붓질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그는 세 작가가 함께 그리고 있는 이 전시에서 커다란 배경을 형성하며 견고한 완성도를 이끌어가며, 이은새가 물러서지 않고 자신만의 시선으로 던지는 질문을 묵묵하게 받쳐주며 그의 고민과 혼란의 생생한 표현을 돋보이게 만든다. 그 사이에서 이재헌은 그림의 중경에 자리하며 지나온 시간과 다가올 시간 사이에서 시작과 끝은 알 수 없지만 멈추지 않고 흘러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인간으로서 근원적 고민을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시대 안에서 미술의 언어로 표현하고 있는 세 작가의 작품은 한정되어 있는 인간의 선형적 시간을 넘어 입체적인 시대 풍경을 만들고 있다.
작가 약력
서용선 Suh Yongsun (b.1951)
서용선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2009년까지 서울대학교 서양화과 교수로 재직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아르코미술관, 금호미술관, 조선일보미술관, 김종영미술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학고재갤러리, 뉴욕 KIPS 갤러리, 멜버른 RMIT 갤러리, 베를린 갤러리 SON, 홍콩 Shinwha 갤러리, 오사카 Fukuzmi 갤러리, 파리 Galerie La Ville A des Arts 등 국내외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개최하였으며, 2014년 이중섭 미술상, 2009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로 선정되었다.
이은새 Lee Eunsae (b. 1987)
이은새는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한국에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전문사를 졸업했다. 갤러리2(서울, 2020, 2016), 대안공간 루프(서울, 2018), 서교예술실험센터(서울, 2015), 갤러리조선(서울, 2015)에서 개인전을 개최했고, 코스모40, 서울시립남서울미술관,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대림미술관, 아트스페이스 풀, 국립현대미술관, 베트남 여성박물관, 합정지구, 아마도예술공간, 서교예술실험선테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이재헌 Lee Jaeheon (b. 1976)
이재헌은 경북대학교 공과대학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갤러리SP(서울, 2022), 플레이스막(서울, 2018), 신갤러리(뉴욕, 2013), 갤러리조선(서울, 2010), 신한갤러리(서울, 2008), 스톤앤워터(안양, 2007)에서 개인전을 개최했고, 하이트컬렉션, 웨스 WESS, 서울대미술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겸재정선미술관, 소마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아르코미술관, 전북도립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대안공간 루프, 사비나미술관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전시 전경



작품 이미지
서용선, 홀승골성, 2021,2022, acrylic on canvas, 91x116cm
서용선, Central Park, 2020,2022, Acrylic on canvas, 91.5x61cm
서용선, 도심, 2022, acrylic on canvas, 91x73cm
서용선, 산책, 2013,2022, acrylic on canvas, 41x32cm
이은새, 밤 철봉, 2021, oil on canvas, 90.9x72.7cm
이은새, 밤 철봉, 2021, oil on canvas, 40.9x31.8cm
이은새, 귓속말, 2022, oil on canvas, 53x45.5cm
이은새, 이것이 무엇인고를 위한 드로잉, 2020, acrylic on paper, 61x46cm
이재헌, 하나이면서 여럿 Multi-screen, 2022, oil on canvas, 130x194cm
이재헌, 하나이면서 둘 One in Two, 2020-2022, oil on canvas, 45.5x38cm
이재헌, 자화상 Self-Portrait, 2015-2022, oil on canvas, 60.6x50cm
이재헌, 아내 Wife, 2017-2022, oil on canvas, 41x32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