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조가연 <움직이고 자라나는 Moving and Growing>

누크갤러리

누크갤러리는 2022년 12월 2일부터 12월 16일까지 조가연 개인전 <움직이고 자라나는 Moving and Growing>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누크갤러리에서 선정한 신진작가후원전시로 2018년부터 일년에 한번 진행되고 있는 의미있는 전시이다.


조가연은 한국의 산을 모티브로 하여 한국의 산의 유기체적으로 이루어진 부분의 역동성과 생명력을 표현한다. 풍경, 식물 또는 변형 된 생물을 작품에서 인식할 수 있으며 화면의 기하학적인 도형은 마치 다른 세계에서 온 듯이 보이고 판타지적인 유기물 형태처럼 표현되고 있다. 본 전시에서 작가는 그림공간의 재해석은 모방적이면서도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강한 색감과 붓의 필력으로 표현된 신작 16여점을 선보인다.




전시 안내


전시 제목: 움직이고 자라나는 Moving and Growing

전시기간: 2022 년 12월 2 일 – 12 월 16 일

참여작가: 조가연

전시 장소: 누크갤러리 서울시 종로구 평창 34 길 8-3

관람시간: 화~토: 11:00am~6:00pm *일, 월: 휴관

전시 문의: 02-732-7241 nookgallery1@gmail.com




전시 취지


의태의 회화, 상태의 회화 

김연용 | 작가 

 

자연계에서 의태는 본래 동식물의 생존과 관련하여 어떤 대상이 다른 대상의 생김새나 동작을 모방하는 행위를 말한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난초꽃을 닮은 난초 사마귀나 독사의 머리처럼 보이는 박각시나방 애벌레와 같이, 그것은 포식자나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위장, 혹은 주변 환경의 일부로 자신을 은폐하는 기술로 이해된다. 대체로 의태는 천적의 시야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안전을 위해 포식자가 싫어하는 종의 모습이나 행위, 울음소리 등을 따라 하는 일이지만, 이와는 반대로 포식의 주체로서 성공적인 먹이 포획을 위한 위장의 전략이기도 하다. 이 같은 주변 환경이나 다른 동식물의 모습과 행위를 모방하는 생존의 기술을 이미지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조가연의 회화에서 보이는 신체와 자연의 중첩된 표현은 일종의 의태의 회화적 표현, 혹은 회화의 의태적 표현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여기서 의태는 그녀가 이미지를 다루는 회화의 구체적인 방식일 뿐만 아니라, 그림이 관객과 맺는 관계에 있어 매우 중요한 미적 조건이 된다. 우리가 포식종과 피식종의 생물학적인 상호작용, 혹은 의태에서 보이는 시각적 교환관계에 주목한다면, 조가연의 그림은 단지 개별 이미지들의 총합이 아닌, 각각의 이미지를 초과하는 회화의 총체적인 경험에 다다르게 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산과 신체 이미지의 뒤섞임과 관련해 다양한 의태의 이미지를 화면에 펼친다. 그것은 배경에 검은 베일을 드리우고 그 앞에 산과 신체가 겹친 모습으로, 서로의 위장과 은폐의 기술로 우리의 시선을 교란한다. 마치 허벅지나 가슴 일부처럼 보이는 바윗덩어리, 산세의 흐름에 따라 엉켜있는 살과 근육의 더미, 골짜기처럼 깊이 파인 몸의 여러 구멍들, 부풀어 오른 암석과 욕망하는 생식기, 갈기갈기 찢긴 살의 단면과 풍화된 산의 절벽들, 그리고 몸과 산 전체에서 돋아나는 크고 작은 돌기들이 서로 겹친다. 의태의 본래 의미에서 본다면, 위장한 신체와 왜곡된 자연 이미지는 자연에 몸의 일부를 숨기거나, 자연이 인간의 신체 부분과 어떤 유사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나 검은 막 앞에 들어선 파편화한 몸의 이미지가 결국 산의 모든 형상과 끊임없는 뒤섞임으로 나아간다고 한다면, 이는 단순한 시선의 유혹과 교란만으로는 읽히지 않는다. 보다 정확히 말해, 그림에서 각각의 이미지들은 의태의 표현과 분명히 관계하는 것이지만, 여기서 의태의 주체는 사실상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 중요한 점은 그러한 모든 의태적 표현이 자연의 형상과 신체적 기호 사의의 경계를, 종국에는 삶과 죽음 사이의 경계를 모두 모호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는 몸 전체가 생을 위한 것이라 할 때, 조각난 신체의 부분이란, 결국 하나의 통합된 몸을 상실한 신체적인 욕망의 실패와 생을 잃은 죽음에의 충동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이미지를 특정한 상태로 현시하는 과정에 대하여, 작가는 자신이 바라보는 대상에서 무엇인가 기이하거나 특이한 형상이 느껴질 때, 질료의 우연적 효과와 함께 그림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이 말은 의태의 이미지가 회화적 대상으로 제시될 때, 작가의 몸이 캔버스와 물감, 붓과 팔레트 등으로 이루어진 ‘회화-재료’의 세계와 맺는 관계에 주목하도록 만든다. 즉 삶과 죽음의 경계로 은폐한 좌절된 신체적 욕망과 죽음에의 유혹에서 작가는 눈으로 맞이하는 대상에 대하여 몸의 감각을 통해 이미지를 특정한 상태로 드러낸다. 이는 회화-재료의 세계가 만들어 내는 우연의 효과에 화가의 몸을 맡기는 행위로서, 작가는 비자발적으로 드로잉과 회화의 경계를 오갈 수밖에 없는 조건에 자신을 놓아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것은 그녀의 그림에서 보이는 다양한 선적 표현과 함께 이미지에 적절한 두께를 부여해, 그림에서 형상적인 것과 형태적인 것을 끊임없이 조정하는 일과도 같다. 여기서 이미지는 명암의 표현에 의존하지 않은 상태로 더 이상 산이 갖는 무게를 재현하지 않는다. 반대로 물감의 발림과 두께에 의존해 대상이 갖는 형태를 완전히 잃어버리지 않는다. 회화-재료를 매개로 한 의태와의 만남에서 작가가 행하는 실질적인 회화적 참여의 과정은 표현 의지와 그림의 결과가 언제나 불일치한 상황을 기꺼이 맞이하게 된다. 이는 회화적 의도와 결과의 단순한 어긋남이 아니라, 의태의 이미지는 우연적 표현과 함께 형상들의 경계를 더욱 불분명하게 만드는 것의 근거가 된다. 그것은 대상의 모호한 양태를 회화적 대상으로 실재화하는 이미지의 전략적 사용을 넘어, 불안정한 우리의 몸이 불확정적인 몸의 이미지와 맺는 근본적인 관계이자, 창작자의 경험과 능력을 초과하는 세계와의 진정한 만남임을 충실히 보여준다.

 

의태로서 신체적 이미지가 산의 이미지를 파열시킬 때, 그래서 훼손된 자연의 양태가 작가의 몸에 스며들고 재료의 힘이 창작의 의지를 넘어설 때, 몸의 욕망은 비로소 실패의 세계를 마주하게 된다. 실패는 신체의 감각적 의지가 우연의 효과에 의해 좌절된 상태로, 그렇게 욕망이 소멸하는 과정에 놓인 의태의 고유한 이미지가 된다. 어떤 대상, 어떤 이미지를 특정한 의미에 귀결되지 않도록 회화적 긴장을 유지할 때, 그녀가 다루는 이미지들은 비로소 실패로서의 회화가 된다. 그것은 이미지와 물감으로 이루어진 그림의 물리적 조건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에서 시작하여 몸을 거쳐, 그림의 모든 것을 실패의 상태로 전개해 나아가는 하나의 회화적 실재이다. ‘의태로서의 회화’는 이제 하나의 회화적 현실이 대상의 의미와 더는 일대일 대응하지 않는다. 회화를 이루는 이미지의 절반이 나머지 절반을 집어삼켜야만 그림이 되는 과정을 더는 용납하지 않는다. 그것은 이미지의 한쪽이 다른 한쪽을 향해 나아갈 때, 혹은 두 개의 서로 다른 방향이 엇갈릴 때, 표현의 의지를 몸과 우연이 마주할 때, 그래서 그리는 과정 전체가 결국 실패를 향해 있을 때, 비로소 자신의 회화가 의태하고 있음을 온전히 말할 수 있다.

 

이제 조가연 작가의 그림에서 보이는 이미지와 몸의 총체적인 양태는 회화의 부분들로 결코 나뉠 수 없는 하나의 거대한 전체적인 움직임이 된다. 그것은 색, 형태, 질감 등으로 이루어진 회화의 구성 요소들의 정합적 관계가 아닌, 작품 전체에서 움직이고 있는 모든 불온한 것들의 은폐와 위장을 통해 전개한다. 그 불온함이란, 그림은 더 이상 의미를 확정 짓지 않으며, 우리 몸의 완전함에 대한 모든 사유와 단절하고, 이미지의 죽음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그리고 우리의 능력 바깥에서 발생하는 모든 미적인 실천이 가져오는 실패의 세계를 오롯이 응시한다. 작가가 보여주고 있는 자연과 인간, 삶과 죽음, 의도와 우연의 구분이 불가능한 상태로서의 회화, 바로 이러한 회화적 상태가 베일에 가린 의태의 이미지가 회화의 영토를 개방하는 것의 실체이다. 그것은 상실된 모든 신체적 욕망을 뒤로 하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망각할 때, 비로소 도래하는 세계의 진정한 모습이다. 차이와 분할로 모든 대상을 식별하고 위계를 형성하는 우리의 현실 앞에서, 그것은 회화에 잠재한 고유의 식별 불가능성을 회화의 근본적인 정치적 과제로 되돌린다. 그녀의 회화적 담대함은 우리의 안온한 시선을 언제나 정면으로 그렇게 응시한다.


<조가연 작가노트>

풍경을 볼 때 바람은 흩날리고, 시간 안에서 눈은 천천히 깜박인다.

해는 비추는 순간, 미세하게 흐르는 시간의 공간 속에서 사람은,

나는 그 점처럼 흐르는 변화를 인식하며 나의 기억 속에 저장한다.

정지된 순간이 아니라, 어떠한 장면이 아니라 기억 속에 동영상을 저장하는 것이다. 풍경을 바라보는 그때, 눈을 깜박이던 그때, 자연이 나를 만지는 그때 그 시간, 그것들을 찰나가 서로서로 연결되어 시간과 공간 안에서의 프레임으로 연결되어 나에게 인식된다.

시간 속에서 내가 보는 찰나의 순간, 그것은 내 기억 프레임 안에 저장되지만

그 대상은 움직임 속에서 변화하며 살아 움직인다.

여러 가지 다양성이 존재한 각각의 생명, 풍경이 서로 엉키며 자신들의 생명력을 내보이며 움직이고 자라난다. 나무, 풀, 꽃, 바람, 각각의 생명은 하나의 산에서 엉키어 여러 가지 부분이 된다. 그리고 산 그리고 돌덩어리들은 그 안에서 꼿꼿하게 마치 자신의 몸과 뼈를 드러낸 채 풍경 속에 내보이고 있다.

그들은 산이 아니지만 산이다.

그리고 풍경은 그림 안에서 나의 표현과 섞여 다시 가상의 세계를 만든다.

 

작가약력

 

조가연 Gayeon Jo (b. 1978)

2015 독일시립 뮌스터쿤스트아카데미 (Kunstakademie Muenster), 순수미술 마이스터슐러(Prof. Klaus Merkel), 뮌스터, 독일

2014 독일시립 뮌스터쿤스트아카데미 (Kunstakademie Muenster), 순수미술 석사, 뮌스터, 독일

2003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학사, 서울, 한국

 

개인전

2022 움직이고 자라나는, 누크갤러리, 서울

2020 인왕과 북한, Lab _203(현 공간서울), 서울

2019 떨어지다 락, October, 서울

2015 개인전 나 그곳에 있었다, 갤러리 아트파크, 칼스 루헤, 독일

단체전

2022 세상의 모든 드로잉, 아터테인, 서울

2021 비탈길을 좋아했지, 화이트블럭 입주작가 결과보고전, 화이트블럭, 파주

2017 Mega bock ,우퍼할레, 베를린, 독일

2016 kunst am Spree knie, Schoeneweide ART FESRIVAL, 베를린, 독일

2015 Klasse Merkel, 쿤스트 페어라인 함, 함, 독일

2014 "hundertfunfzehnmalachtzigmaldreikommafunf" 쿤스트푀어라인, 뒤스부르크, 독일

2014 geklonte Landschaftskonglomerate 배양하는 자연덩어리, 석사 학위청구전, 뮌스터, 독일

2013 Malerie 13, kaktus kulturforum Luedinghausen e.V 뤼딩하우젠, 독일

2013 Pseudomorphism, T66Kulturwerk 쿨투어베아크, 프라이부르크, 독일

2013 Niemandsland, 갤러리헤다, 마하스트리트, 네덜란드

2013 쿤스트 아카데미 뮌스터 푀더 프라이스, 뮌스터, 독일

 

레지던시 및 수상경력

2019~2021.4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천안 창작촌 레지던시, 천안, 한국

2014. 4~9 파리시테국제예술공동체 (La Cite´internationale des Arts ), 파리, 프랑스

2014 파리시테국제예술공동체,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 주 예술 단체 장학금

2013 쿤스트 아카데미 뮌스터 푀더프라이스 Foerder Preis 수상, 뮌스터, 독일

 

전시 전경






작품 이미지

인왕산의 덩어리, 2022, oil on canvas, 120 x 95cm


인수봉의 덩어리, 2022, oil on canvas, 116.8 x91cm


용소삼거리의 덩어리, 2022, oil on canvas, 116.8 x91cm


백운봉 암문의 삼각산, 2022, oil on canvas, 116.8 x91cm


설악의 토왕성, 150x135cm, oil on canvas, 2022


한계령의 부분, 2022, oil on canvas, 53x45.5cm


용소삼거리의 덩어리부분, 2022, oil on canvas, 72.7x53cm


용소의 부분, 2022, oil on canvas, 53 x 45.5 cm





© copyright © 2013-2025 nook gallery. all rights reserved.

  • Facebook
  • Instagram
  • naver blog

Fine art, Craft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