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약력
정정엽 (b.1962) Jung Jungyeob
1985년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26회의 개인전과 다수의 기획전을 통해 거대담론과 미시담론을 아우르는 작품과 예술적 실천을 보여주었다. 2020년 34회 이중섭미술상, 2018년 제4회 고암미술상을 수상했다. 1998년 금호미술관 개인전에서 붉은 팥과 곡식 작업을 처음 선보인 이후 다양한 변주로 확장 시켜오고 있다. 《지워지다》(아르코미술관, 2006), 《벌레》(갤러리 스케이프, 2016), 《조용한 소란》(서울식물원, 2021) 등의 전시를 통해 동식물에 대한 위기의식을 보여주었다. <집사람>시리즈, <최초의 만찬>, <걷는 달>과 같은 작업으로 동시대 여성들의 삶과 보이지 않는 여성노동에 대한 탐색을 지속해 오고 있다. 《접속하는 몸》(국립현대미술관, 서울, 2024), 《아시아 여성 미술제》(후쿠오카 아시아미술관, 일본, 2012), 《광주비엔날레 프로젝트3, 2002》 등 국내외 다수의 기획전에 참여하였다. 후쿠오카 아시아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정정엽 작가노트
본능적 질감이 만나는 상상의 즐거움
나의 콩 한 알은 구체적 형태이며 살아있는 점이다. 어디든 굴러가 구상이 되고 추상이 된다. 씨앗 한 알의 확장이면서 놀이이다. 한 알의 콩에서 이루어지는 번짐은 우연성을 가지고 있어 모든 콩들이 다르다. 생명이 물성을 가지고 있듯 단단하되 물렁하다. 작은 씨앗들이 모여 큰 울림, 함성, 물결을 이루지만 오롯이 씨앗 하나로 살아있다. 먹는 곡식이자 생명을 담고 있는 씨앗에서 여성노동을 발견한다. 날개와 거북이 등짝처럼 예술과 노동이 공존한다. 무엇이든 상상하고 손에서 단단하게 풀려나오는 이피 작업은 그리기의 태생적 즐거움이 있다. 조각, 설치, 퍼포먼스와 함께 세상만물의 이야기를 노동과 열정으로 구현한다. 지독하고 예민하고 아름다운 여성의 본능적 질감을 보여준다. 날마다 변주되는 그녀의 작업을 지켜보며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동시대적 기쁨이다.
작품 이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