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피, 정정엽 2인전 <숨어서 숨쉬는 작가 연합 The Painters’ Union Breathing in Hiding>
- 누크갤러리
- 1시간 전
- 4분 분량
누크갤러리는 2025년5월 28일부터 6월 28일까지 이피, 정정엽 2인전 <숨어서 숨쉬는 작가 연합>전을 개최한다. 이피와 정정엽은 자신의 생각을 그림으로 이야기하고, 자신의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몸의 작용과 '그리기'란 행위 사이에서 일어나는 차원의 전도와 교환을 보여주는 이피의 신작 페인팅과 드로잉, 먹는 곡식이자 생명을 담고 있는 씨앗에서 여성노동을 발견하는 정정엽의 신작 페인팅을 선보인다.
전시 안내
전시 제목: 숨어서 숨쉬는 작가 연합 The Painters’ Union Breathing in Hiding
전시기간: 2025년 5월 28일 – 6월 28일
참여작가: 이피, 정정엽
전시 장소: 누크갤러리 서울시 종로구 평창 34 길 8-3
관람시간: 화~토: 11:00am~6:00pm *일, 월: 휴관
전시 문의: 02-732-7241 nookgallery1@gmail.com
전시 서문
숨어서 숨쉬는 작가 연합
The Painters’ Union Breathing in Hiding
조정란, nook gallery, Director
이피와 정정엽은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안되는 사람, 태생적으로 그리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신의 생각을 그림으로 이야기하고, 자신의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한다. 본능적으로 그런 운명을 지니고 태어난 사람이라고 할까? 일상에서 발견한 작은 소재나 일기처럼 반복되는 드로잉을 통해 순간을 포착하는 작가들은 여성의 일상을 보여주지만 굳이 여성주의를 드러내지는 않는다.
정정엽은 무심히 지나치는 일상에서 발견한 작은 소재들을 관찰하고 그린다. 살림살이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는 미세한 콩이나 팥이 무수히 모여 이루어 낸 초현실적인 화면은 압도적인 힘을 지닌다. 그림 속 작은 씨앗들은 와글와글 모여서 이야기를 하다가 흩어지면 이야기가 흩어지듯 다른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지구의 펼쳐진 풍경 속에 한 여성의 못다한 말이 있어, 떠도는 말은 여백을 두고 자유롭게 씨앗으로 뿌려진다. 흩어지고 모이는 씨앗의 입자들은 점이 되어 추상이 되기도 하고 구상이 되기도 한다. 밤 하늘에 유성이 한가득 휘몰아치는 것처럼 격정적인 그림을 그려내는 작가의 시계바늘은 수없이 돌아간다. 시간의 집적을 요하는 작업 속에서 수많은 변화를 느끼는 작가는 지속되는 작업과정이 단순할 수도 없고 지루하지도 않다. 번지듯이 닦아내듯 그려가는 그림 속에서 노닐 듯 맑은 느낌으로 화면을 한 알 한 알 채워간다. 드로잉 같은 회화는 작가의 몸 안에서 우러나와 화면으로 번져 나간다.
이피는 지난 겨울 참여했던 중국 상하이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서 느끼고 겪었던 일들을 이번 전시작품으로 발전시켰다. 매일매일 마주하는 순간들을 드로잉으로 남기는 작가는 그림마다 등장하는 상하이의 음식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놀라운 뉴스를 듣고 마음 속에서 먹었던 국수가 쏟아져 나오고, 힘들었던 시간의 이야기를 샤오룽바오 만두에 빨대를 꽂고 먹는 그림으로, 또는 침대가 밥으로 변하는 그림으로 풀어내기도 한다. 드로잉을 통해 무한히 자라나는 상상의 세계는 그대로 회화로 이어지고, 신비한 이야기는 자신의 신체와 연결되어 화면에 펼쳐진다. 작가는 우연히 마주하는 감정이나 현상을 순간 포착해서 수많은 연결고리로 엮어 현실과 허구의 세계를 오가는 한편의 상상동화를 창작해내는 듯하다. 이피는 이방인으로서 다양한 감정적 경험을 했던 유학시절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현실에서 부과된 정체성을 해체해 나가며, 현재를 살아가는 여성으로서 자신만의 색깔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20년의 차이를 두고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이피와 정정엽은 각자의 표현언어로 쉼없이 작업한다. 드로잉 하듯 그려 나가는 그들의 세상은 다른 세상이 아니다. 자신의 자리에서 조용히 숨쉬며 모두의 세상을 여성의 눈으로 바라보는 그들은 자신 안에 모든 상반된 것들을 품고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작가 이력
이피 (b.1981) Lee, Fi Jae
이피는 시카고미술대학(School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에서 학사(BFA, 2005)와 석사(MFA, 2007) 과정을 마쳤다. 2007년 뉴욕의 방송사 Gallery HD의 리얼리티 쇼 ‘Artstar Season 2’에 출연하였다.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2011), 서울시립미술관 난지창작스튜디오(2014), 스페인 빌바오아르떼 재단의 레지던시 프로그램(2017), 상하이 스와치 아트피스호텔(2024) 등 다양한 국내외 레지던시에 참여하였다. 강화플라스틱부터 불화의 금분까지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회화, 조각, 설치 작업을 병행하며, 그녀의 몸에 기생하는 수많은 몸들(멸종한 몸, 미래의 몸, 감각으로 형상화된 타자의 몸)을 위한 제단을 구축해왔다. 그녀의 작업은 한국, 일본, 미국 등지에서 열린 다수의 단체전과 19회의 개인전을 통해 소개되었으며, 현재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 중이다. 2025년에는 뉴욕의 Foundation for Contemporary Arts에서 한국인 최초로 Dorothea Tanning Award를 수상하였다.
--이피 작가노트
나는 음식물을 섭취하여 인간의 생명을 유지하는 행위와 미술하는 행위를 접목하고자 한다. 류츠신의 <삼체>에는 외계인의 공격으로 3차원의 태양계가 2차원으로 청소되는 장면이 나온다. 납작해져서 형형색색으로 번지는 태양계. 주인공 뤄지가 그것을 '그림'이라 불렀다. 우리는 음식을 먹으면서 외계인처럼 음식물을 부순다. 음식물은 내 앞에 놓였을 때 3차원이지만, 소화기관과 소화효소를 만나면서 몸속에서 전혀 다른 차원이 된다. 그것은 에너지가 되고, 감각이 되고, 기억이 된다. 음식의 입체적 형태는 얇고 납작해져 우리 뇌 어딘가에 신호 덩어리가 되어 달라붙어 있게 된다. 나는 나의 몸의 작용과 '그리기'란 행위 사이에서 일어나는 차원의 전도와 교환을 이번 전시의 신작 시리즈에서 표현했다. 그림에서 나의 식욕의 미시정치가 잘 드러나길 바랐다.
정정엽 (b.1962) Jungyeob Jung
1985년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26회의 개인전과 다수의 기획전을 통해 거대담론과 미시담론을 아우르는 작품과 예술적 실천을 보여주었다. 2020년 34회 이중섭미술상, 2018년 제4회 고암미술상을 수상했다. 1998년 금호미술관 개인전에서 붉은 팥과 곡식 작업을 처음 선보인 이후 다양한 변주로 확장 시켜오고 있다. 《지워지다》(아르코미술관, 2006), 《벌레》(갤러리 스케이프, 2016), 《조용한 소란》(서울식물원, 2021) 등의 전시를 통해 동식물에 대한 위기의식을 보여주었다. <집사람>시리즈, <최초의 만찬>, <걷는 달>과 같은 작업으로 동시대 여성들의 삶과 보이지 않는 여성노동에 대한 탐색을 지속해 오고 있다. 《접속하는 몸》(국립현대미술관, 서울, 2024), 《아시아 여성 미술제》(후쿠오카 아시아미술관, 일본, 2012), 《광주비엔날레 프로젝트3, 2002》 등 국내외 다수의 기획전에 참여하였다. 후쿠오카 아시아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정정엽 작가노트
본능적 질감이 만나는 상상의 즐거움
나의 콩 한 알은 구체적 형태이며 살아있는 점이다. 어디든 굴러가 구상이 되고 추상이 된다. 씨앗 한 알의 확장이면서 놀이이다. 한 알의 콩에서 이루어지는 번짐은 우연성을 가지고 있어 모든 콩들이 다르다. 생명이 물성을 가지고 있듯 단단하되 물렁하다. 작은 씨앗들이 모여 큰 울림, 함성, 물결을 이루지만 오롯이 씨앗 하나로 살아있다. 먹는 곡식이자 생명을 담고 있는 씨앗에서 여성노동을 발견한다. 날개와 거북이 등짝처럼 예술과 노동이 공존한다. 무엇이든 상상하고 손에서 단단하게 풀려나오는 이피 작업은 그리기의 태생적 즐거움이 있다. 조각, 설치, 퍼포먼스와 함께 세상만물의 이야기를 노동과 열정으로 구현한다. 지독하고 예민하고 아름다운 여성의 본능적 질감을 보여준다. 날마다 변주되는 그녀의 작업을 지켜보며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동시대적 기쁨이다.
작품 이미지
이피, 쌀밥 침대, 2025, 장지에 먹, 색연필, 금분, 아크릴, 수채, 191 x 61cm
이피, 샤오룽바오(小籠包) 에로티시즘, 2024, 장지에 먹, 색연필, 금분, 아크릴, 수채, 191 x 61cm
이피, 국수 구토 구멍, 2025, 장지에 먹, 색연필, 금분, 아크릴, 수채, 191 x 61cm

정정엽, 광장20250404, 2025, oil on canvas, 130x162cm

이피, 서울, 천사의 시, 2024, 장지에 먹, 색연필, 금분, 아크릴, 수채, 189 x 125cm

정정엽, 축제13, 2023 -2025, oil on canvas, 91x65cm

정정엽, 축제16, 2023-2025, oil on canvas, 91x65cm

이피, 새로 태어나서 갑갑한 새와 사람으로 태어나서 갑갑한 나 2024, 장지에 먹, 색연필, 금분, 아크릴, 수채, 126 x 92cm

이피, Wall Wall Wall, 2023, 장지에 먹, 색연필, 금분, 아크릴, 수채, 46 x 107cm
정정엽, seed-벽화 1, 2025, acrylic, oil on canvas, 45.5x45.5cm 정정엽, seed-벽화 2, 2025, acrylic, oil on canvas, 45.5x45.5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