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욱, 안경수 2인전 <회화의 이름: 이방인과 연출가>
최종 수정일: 8월 29일
누크갤러리는 2026년 8월 28일부터 9월 23일까지 서동욱, 안경수 2인전 <회화의 이름: 이방인과 연출가>를 개최한다. <회화의 이름>은 매년 하반기 첫 전시로 열리는 누크갤러리의 기획 전시다. 전시 제목 ‘회화의 이름’은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을 참고해서 지어졌다. 소설 말미에 언급된 한 구절은 “지난날의 장미는 이제 그 이름뿐, 우리에게 남은 것은 그 덧없는 이름뿐.” “회화 또한 덧없이 남아 있는 이름뿐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누크갤러리는 본 전시를 회화 작가 2인전으로 이어간다. 올해는 서동욱, 안경수 작가의 2인전으로 두 작가의 작품을 통해 ‘회화란 무엇인가?’ 질문을 던지며 사색과 탐색을 이끌어내려 한다.
전시 안내
전시 제목: 회화의 이름: 이방인과 연출가 The Name of the Painting : The Stranger and the Director
전시 기간 : 2026년 8월 28일~9월 23일
참여 작가: 서동욱, 안경수
전시 장소: 누크갤러리, 서울시 종로구 평창34길 8-3
관람 시간: 화-토: 11:00-18:00 공휴일: 13:00-18:00 *일, 월 휴관
전시 문의: 02-732-7241 nookgallery1@gmail.com
전시서문
회화의 이름: 이방인과 연출가
노충현 화가
이방인과 연출가
도록을 펼친다. 안경수와 서동욱은 그간의 작업들을 모아 제법 두꺼운 도록을 출간했다. 페이지를 넘기다 이번 전시 제목인 ‘이방인’과 ‘연출가’라는 단어를 찾아 음미했다. 작가들 스스로 자신을 규정한 이 단어들은, 회화를 통해 현실에 어떻게 접근하는지 보여주는 유효한 단초다. 그렇다면 물어야 할 것은 이 태도가 회화의 형식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파악하는 일이다. 도록에 실린 그림의 흐름과 그들의 말을 곱씹어 본다. 두 사람의 근본적인 차이는 안경수가 현실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담아내려 한다면, 서동욱은 현실의 장면을 구축해나가는 데서 발생한다. 이러한 태도의 차이가 회화에 투영되는 감정의 농도를 결정짓는 것이 아닐까. 아래의 글은 도록을 읽으며 이어진 생각들이며, 나만의 고유한 견해라기보다 그들의 언어 위에 소박하게 덧댄 것에 가깝다.
풍경, 낯선 적응이 시작되는 곳
안경수에게 풍경은 정착의 자리가 아니라, 낯선 적응이 시작되는 곳이다. 서울 근교에서 주거와 작업실을 빈번히 옮겨온 그에게 장소는 처음부터 정착보다 떠남을 전제로 한 것이었는지 모른다. 그는 장소에 다가설 때 이방인적인 태도를 취한다고 말한다. 경계인이자 관찰자로서 대상을 바라보고 관계를 맺는 방식이다. 그의 회화는 특정 장소에 대한 기록이라기보다, 한때 머물렀던 '어떤 자리'에 대한 감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공터, 낡은 건물, 샌드위치 패널로 세워진 공장—도심에서 소외되거나 방치된 채 무심코 지나치는 교외의 장면들이 반복적으로 화면에 등장한다. 그는 프레이밍을 통해 무엇을 보여줄지 결정하고, 어느 한 곳 소홀함 없이 고른 밀도로 화면을 채운다. 대상을 미화하거나 개념적으로 포장하지 않고, 마주한 풍경의 스산함과 습도, 온도를 날것 그대로 담아내려한다. "보이는 모든 대상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작가의 말은 그의 그림이 지닌 성격을 명확히 규정한다.
나는 그의 그림에서 '야생성'을 느끼기도 하는데, 화면 속 풀과 나무들이 신경질적으로 저항하듯 흔들리는 장면에서 선명하게 다가온다. 이 야생성은 현실로부터 소외되면서도 끝내 저항하는 생명력에 대한 단상이다. 여기에 게르하르트 리히터식의 흐리기와 흩뿌리기 기법이 더해지면서, 정제된 화면 안으로 속도감과 우연성이 들어앉는다. 그 결과 안경수의 풍경은 메조틴트 판화처럼 압축된 부조리한 현실의 장면을 설득력 있게 포착해낸다. "그림은 대상이 되는 장소를 흔들어야 한다"는 그의 말처럼, 그의 회화는 고정된 풍경의 실체에 균열을 내며 그 이면에 숨겨진 사회정치적 가치—작고 소외된 것들의 존재감—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이러한 논의는 그의 화면이 지닌 평면성과도 직결된다. 이 평면성은 풍경의 근경과 원경의 깊이를 약화시켜 중간 즈음으로 압축해내는 방식에서 비롯된 효과인데, 공간의 압축은 시간의 감각으로도 이어진다. 소거된 깊이감으로 인해 관객의 시선은 공간 안으로 침투하지 못하고 화면의 납작한 표면에 멈춰 서게 되는데, 이 조형적 장치가 다름 아닌 시간의 감각을 건드린다. 과거와 미래가 현재를 중심으로 수렴하며, 화면 안에는 ‘지금 여기’ 만이 남아있게 된다.
전시를 위해 다녀온 그의 작업실은 이제 제법 안정을 찾은 듯해 보였다. 이러한 삶의 조건 변화가 앞으로 그의 그림에 어떤 궤적을 만들어낼지 문득, 궁금해진다.
젊음이라는 계절
안경수가 비판적 거리를 두고 한결같은 방식으로 대상을 그려왔다면, 서동욱은 어떨까.
서동욱은 ‘여전히’ 젊음을 그린다. 그가 포착하는 젊음은 단순한 나이의 구획이라기보다 그것이 지속될 수 없다는 사실, 그로 인한 상실감과 알 수 없는 우울함이 배어 있는 계절로 이해하고 싶다. "예술은 순결함과 더러움, 단맛과 쓴맛의 모순을 수용한다"는 작가의 말처럼, 젊음은 그에게 더할 나위 없는 예술적 대상이 된다.
그의 회화에서 젊음이 변주되어 온 방식은 ‘빛의 변화와 그림자의 약화’로 짚어볼 수 있다. 2000년대 카메라 플래시로 인물을 강렬히 비추던 초기 작업은, 실내의 자연광을 거쳐 최근에는 파스텔톤의 화사한 색채 조율로 이행했다. 빛은 이제 실제 빛의 사선이나 명암 법칙을 넘어 화면 전체에 산란되어 있다. 앞선 작업들이 현실의 특정한 시간대를 유추하게 만든다면, 근작의 파스텔조 색채—빨강, 노랑, 파랑, 녹색—는 특정 시간대라기보다 ‘젊음이라는 상징적 시간’ 자체를 시각화한 결과에 가깝다고 본다. 화면 속 그림자는 점차 약해졌지만, 이것이 서동욱이 추구해 온 멜랑콜리의 소멸을 뜻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화사하고 건조한 색조 뒤로 인물 사이의 공백과 정적인 공기를 한층 깊게 스며들게 하는 방식이다.
더불어 연출 방식도 달라졌다. 자신의 미적 관념에 상응하는 장면을 만들기 위해, 지인을 직관적으로 그리던 것에서 나아가 배우를 섭외하고 장소를 물색한다. 이에 따라 화면은 단독 초상에서 두 사람의 관계가 형성하는 미묘한 공간적 거리감으로 넓어졌다. “소외될 때 타자가 되지만 고독할 때 주체가 된다”는 그의 시선은, 익명의 인물들을 통해 내면의 깊은 곳을 건드린다.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속 인물들이 중년의 건조한 고립을 보여준다면, 서동욱의 화면에 있는 이들은 여전히 젊다. 대상과의 거리감은 인물의 개별적 서사에 함몰되지 않고, 젊음이라는 미학적 대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이러한 미학적 거리가 생겼다는 것은 어두운 감정을 밝고 부드러운 음조 속에 감춰두는 법을 터득한 노련한 가수처럼, 그의 회화 역시 더 깊은 호흡을 얻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회화이기를 멈추지 않는 태도
서동욱은 도록에서 화가들의 공통된 주제는 결국 '회화란 무엇인가?'라고 짚었다. 누크 갤러리는 《회화의 이름》이라는 이름으로 2인전 연례 기획을 이어왔다. 2022년 이래 노충현과 샌정, 김지원과 최진욱, 서용선과 옥승철, 유근택과 정용국—서로 다른 세대와 방법론을 가진 화가들이 이 자리를 거쳐 갔고, 그들이 남긴 질문은 해를 거듭하며 하나의 궤적을 이루었다. 《회화의 이름》이 호명해 온 것은 어떠한 양식이나 경향이 아니라, 회화이기를 멈추지 않으려는 태도였다고 할 수 있다. 이 전시는 그 마지막 장이 된다. 그리고 나는, 질문을 바꾸어 본다.
“그렇다면 무엇이 회화인가.”
작가소개
서동욱 Dongwook Suh (b. 1974)
서동욱은 사람, 실내, 밤을 대상으로 그린다. 초창기 작업이 사진의 형식을 회화로 재기록하는 방식이었다면 최근에는 영화의 미장센을 참조한다. 영화의 쇼트가 시간의 연속성을 가진 시퀀스의 한 조각인 것처럼, 그림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기쁘고, 슬프고, 아름다운 삶의 한순간을 건져 올린다.
서동욱은 홍익대학교와 Paris-Cergy 국립고등미술학교를 졸업했다. 50회 Salon de Montrouge에서 입상하였고, Cite internationale des Arts, 쌈지스페이스, 창동스튜디오, 난지스튜디오, 몽인아트스페이스에서 아티스트 레지던시에 참여하였다. 원앤제이갤러리를 비롯하여 18회의 개인전을 가졌고, Frieze Cork Street Gallery, 성곡미술관 등에서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아르코 미디어아카이브, 쌈지스페이스, 백합문화재단 외 다수의 기관에 작품이 소장되었다.
안경수 An Gyungsu (b. 1975)
안경수는 교외의 여러 지역을 오가며 도시와 도시 사이 변두리의 풍경에 주목한다. 다양한 장소에 거주하며 장소 특정적 풍경 및 현상에 주목하고, 그것을 그린 그림 자체를 하나의 새로운 층위로 규정함으로써 풍경과 맞닿기를 시도한다. 작가는 풍경의 부산물을 좇으며 체화한 감각을 회화의 언어로 변환한다.
안경수는 홍익대학교 대학원과 단국대학교 예술대학을 졸업했다. 2021년 소버린 아시아 예술상과 2015년 종근당 예술지상을 수상하였고, 난지스튜디오, 인천아트플렛폼, 경기창작센터, 글로우가우에어 베를린, 국립고양미술창작스튜디오 등에서 아티스트 레지던시에 참여하였다.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를 비롯하여 18회의 개인전을 열었고, 송은아트스페이스, 아르코미술관 등에서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아라리오뮤지엄 외 다수의 기관에 작품이 소장되었다.
전시 전경






작품 이미지

서동욱, 안마당의 문을 두드리며, oil on canvas, 53.0x72.7cm, 2026

서동욱, 유소의 여름, oil on canvas, 90.9x65.1cm, 2026

안경수, 펜스 아래 수영장, 53x45cm, acrylic on canvas, 2026

안경수, 상기된 Glow, 80x80cm, acrylic on canvas, 2026

서동욱, 무제, oil on canvas, 72.7x90.9cm, 2026

안경수, 깊고 엷은, 120x120cm, acrylic on canvas, 2026

서동욱, The Lonely one, oil on canvas, 72.7x60.6cm, 2026

서동욱, 티비를 켜고 나서, oil on canvas, 97.0x130.3, 2026

안경수, 비치 Beach, 200x260cm, acrylic on canvas, 2026


